우리가 매일 마시는 깨끗한 물, 숨 쉬는 공기, 그리고 식탁에 오르는 풍성한 음식 뒤에는 인류의 생존을 지탱해 온 거대한 자연의 톱니바퀴가 숨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를 구성하는 수많은 생명의 연결고리가 소리 없이 끊어지며 전 세계적으로 생물의 다양성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과연 지구상에서 해마다 수만 종의 생명체가 자취를 감추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이며, 이들의 사라짐이 평화로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뒤흔들게 될까요? 지금이야말로 생물 다양성이 직면한 치명적인 위기의 실체를 정확히 들여다보고, 인류와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전 세계적인 보존 노력을 시급하게 살펴보고 동참해야 할 절실한 시점입니다.
생물 다양성의 개념과 오늘날 지구가 직면한 멸종 위기
생물 다양성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환경의 건강함을 측정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단어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동물의 숫자가 많고 적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 종류의 다양성, 생물이 지닌 유전자의 다양성, 그리고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다양성을 모두 합한 광범위한 개념을 나타냅니다. 다시 말해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었다는 뜻은 한 지역 안에 살고 있는 생물의 종이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생물의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지고 생물이 살아가는 서식지가 부족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날의 생물 다양성은 과거 그 어느 시기보다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지구에는 약 1000만 종의 생물이 살고 있다고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매년 멸종되는 생물의 숫자가 무려 4만 종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멸종 속도는 자연적인 상태에서의 멸종보다 수백 배 이상 빠른 수치이며 수많은 생명체가 채 이름을 알리기도 전에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개구리와 두꺼비 같은 양서류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고 위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양서류는 무려 3억 5000만 년 동안 지구에 존재해 왔으며 공룡이 멸종했던 시기를 포함하여 세 차례의 대규모 멸종 위기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강인한 생명체입니다. 그러나 최근 세계 여러 곳에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양서류들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어 학계와 환경 단체의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물과 땅 모두에서 생활하는 양서류의 특성상 이들의 급격한 감소는 수생태계와 육상생태계 모두가 동시에 오염되고 파괴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위험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국제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이미 멸종했거나 멸종 위기에 놓인 동식물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표적으로 일제 강점기 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한국 호랑이는 이제 우리 땅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어 전설 속의 동물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한국 호랑이는 백두산호랑이 또는 시베리아호랑이라고도 불리는데 과거 사람들이 아름답고 값비싼 가죽을 얻기 위해 마구 잡으면서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했습니다. 현재는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의 거친 산악 지대를 모두 통틀어도 겨우 몇 마리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여서 앞으로 영원히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호랑이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수많은 독특한 동식물들이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제217호로 지정되어 있는 산양은 과거 우리 산야에 널리 서식했으나 사람들이 한약재로 쓰거나 박제를 만들어 장식하려는 욕심 때문에 마구 포획하여 그 숫자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늘의 제왕이라 불리는 검독수리는 무분별한 벌목과 산림 개발 때문에 알을 낳고 번식할 살 곳이 없어져 전 세계적으로 17만 마리 정도만 겨우 남은 귀한 새가 되었습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강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수달 역시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와 산업 폐수로 인한 환경 오염으로 살아갈 곳이 점점 없어졌고 질 좋은 가죽을 탐낸 사람들의 무자비한 사냥으로 인하여 숫자가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식물 생태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꽃자루와 잎에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 있는 독특한 형태의 가시연꽃은 서식지인 습지가 매립되면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현재 환경부에서 멸종 위기 식물로 지정해 엄격히 보호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 세계를 통틀어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인 미선나무 역시 자생지가 파괴되면서 멸종 위기 야생 식물로 지정되어 법적인 보호를 받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구체적인 네 가지 까닭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가 이토록 빠르게 사라지고 생물 다양성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까닭을 살펴보면 여기에는 크게 네 가지 결정적인 원인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이자 가장 치명적인 원인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숲이 파괴되면서 동식물의 서식지가 통째로 없어지거나 급격하게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사람들은 농사를 지을 넓은 땅을 마련해야 했고 고기를 얻기 위해 수많은 가축을 키울 목장도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도시를 확장하고 새로운 집과 도로를 짓기 위해 수백 년 동안 유지되어 온 거대한 숲을 가차 없이 없애고 있습니다. 숲은 수많은 생명체가 먹이를 얻고 새끼를 기르는 유일한 보금자리인데 이 보금자리가 파괴되면서 동물들은 갈 곳을 잃고 자연스럽게 멸종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두 번째 원인은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에서 비롯된 무분별한 포획과 화학 물질의 과도한 남용입니다. 사람들은 단지 고기를 먹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화려한 옷을 만들기 위한 가죽이나 털을 얻기 위해 동물을 마구 죽여 왔습니다. 이와 더불어 농업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논과 밭에 농약이나 제초제 같은 강력한 화학 물질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서 해충뿐만 아니라 유익한 곤충과 주변의 야생 식물들까지 한꺼번에 없애버리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러한 화학 물질은 토양과 식물에 축적되어 이를 먹고 사는 상위 포식자 동물들에게까지 치명적인 독성 영향을 미치며 전체 생태계의 사슬을 끊어버리는 주범이 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원인은 인류가 발전시킨 산업화의 대가로 나타난 심각한 환경 오염 현상 때문입니다. 현대 사회의 도시와 공장 그리고 가정에서는 매일 엄청난 양의 생활 하수와 산업 폐수가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이것이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 수질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물속에 살던 물고기와 수생 식물들은 오염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떼죽음을 당하거나 기형으로 변해갑니다. 이뿐만 아니라 수많은 자동차에서 매일 뿜어져 나오는 배기가스와 대규모 공장에서 쉼 없이 뿜어져 나오는 매연 등은 대기 환경을 극도로 오염시켜 산성비를 내리게 만들고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여 전 세계 동식물의 생존 환경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 원인은 원래 그 지역에 살지 않던 외래종이 인위적으로 들어와 동식물의 서식지 환경을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외래종이 다른 나라로 이동하게 되는 경로는 매우 다양한데 뉴트리어나 배스처럼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식량 자원으로 쓰기 위해 정부나 기업이 의도적으로 수입하는 경우도 있으며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다녀오면서 신기한 동식물을 무심코 들여왔다가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낯선 환경에 들어온 외래종 중에서 강력한 생존력을 가진 몇몇 종들은 우리나라의 기후와 환경에 완벽히 적응하여 엄청난 속도로 번식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이들은 천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토종 생물들을 무차별적으로 잡아먹거나 서식지를 독차지하여 기존의 토종 생물을 밀어내고 수천 년 동안 유지되어 온 고유한 생태계를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무서운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해 실천하는 세계적인 협력과 노력
이처럼 생물 다양성이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할 정도로 급속하게 줄어들자 이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지구 생태계의 파괴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가 마침내 국가의 경계를 넘어 뜻을 하나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라는 도시에서 전 세계적인 규모의 세계 환경 회의가 개최되었으며 이 역사적인 자리에서 지구상의 수많은 국가가 참여한 가운데 마침내 생물 다양성 협약이라는 인류 공동의 약속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전 세계 142개국이라는 수많은 나라의 정상과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 협약에 기쁜 마음으로 서명하며 생태계 보존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생물 다양성 협약은 단순히 선언적인 문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물 다양성을 실질적으로 보전하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소중한 생물 자원을 미래의 후손들도 끊임없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다양한 실천 방법을 상세히 담고 있습니다. 이 협약에 동참한 회원국들은 자국 내에서 생태계 보호를 위한 다양한 법률을 제정하고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협약의 핵심 내용 중 첫 번째는 이미 인간의 개발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된 자연 서식지를 원래의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회복시키는 복원 사업을 전개하는 것입니다. 사라진 숲에 다시 나무를 심고 오염된 습지를 청소하여 동식물이 돌아와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노력이 전 세계 곳곳에서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실천 내용은 지금 당장 멸종될 위험에 놓인 수많은 동식물을 법정 보호종으로 지정하여 인간의 사냥과 채취로부터 엄격하게 보호하는 것입니다. 밀렵을 단행하는 자들에게 강력한 법적 처벌을 내리고 야생 동물의 안전한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생태 통로를 건설하는 등 실질적인 보호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인간이 새로운 도로를 닦거나 커다란 댐을 건설할 때 이러한 대규모 공사가 주변 환경과 생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철저하게 조사하고 평가하는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것입니다. 만약 공사 과정에서 희귀한 생물의 서식지가 파괴될 위험이 발견되면 도로의 노선을 바꾸거나 공법을 변경하여 공사 계획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 각국의 눈눈부신 협력과 제도적인 노력들은 지구의 생물 다양성을 지키고 인간과 자연이 아름답게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